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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리아입니다. 블로그 시작하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처음 써보게 되었네요. 이 글은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전직요리사의 경험담과 충고, 그리고 꿈을 포기해 버린 한 청년의 푸념이랍니다.
얇은 글씨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굵은 글씨는 저의 충고입니다.
저는 26살 흔하디 흔한 청년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어요. 딱히 큰 계기나 이유는 없고 그냥 요리가 너무 좋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잘하지는도 않았고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향적인 꼴통이었죠. 뭘 할지 몰라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해 1학년까지 허송세월 보네던 중 갑자기 요리를 직업을 삼아 공부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녁까지 학교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요리 자격증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했습니다.
인문계 학교에서 요리를 한다는 건 상당한 제약이 있었습니다. 저는 야자를 빼는 것부터가 선생님들에게 눈총 받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야자 빼고 마음대로 할 거면 인문계 왜 왔냐"는 등 소리를 듣고 나중에는 아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하더군요.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억울하기는 했죠. 그렇게 학원 다니며 한식, 양식, 일식 조리 기능사를 취득하고 학원에서 팀을 모아 요리대화에 나가 수상하는 등 나름 즐겁고 알차게 보냈습니다.
혹시 학생들 중에 인문계인데 요리를 하고 싶다면 시기가 어떻든 특목고로 전학을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말했다시피 성적이 좋지는 못해서 대학교는 지방의 2년제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때는 주로 실기수업의 비중이 많습니다. 호텔조리과를 진학해 서양, 일식, 브런치, 제과제빵 영어, 보건교육 등을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조리과는 학교명성보다는 전임 교수님을 보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요리업계는 연결이 되어있다 보니 소개로 이름 있는 업장에 취업하기 쉽습니다
조리과의 꽃은 대회입니다. 저는 2년 동안 국제 대회만 4개를 나가 수상하였습니다. 1학년때 과대표를 맡아 동기와 선배들과 수업 끝나고 밤새 대회준비하고 가끔 놀러도 가고 했던 게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2학년 때 학회장 달고 동기들 후배들 모아서 다시 수업 듣고 대회준비하고 놀러 가고 호텔에 인턴을 일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런 푸드카빙 자격증도 공부해 봤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2년제 대학교 라고 하면 흔히 드는 생각은
지방 지잡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요리사들한테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2년제 학교는 실기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4년제는 이론 또한 자세히 배우기에 졸업까지 시간이 더 걸리죠. 물론 이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롯데, 하얏트, 시그니엘 등등 이름 있는 호텔에서 높은 직급을 달기 위해서는 외국어는 기본에 석박사학위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20대에게 현제 가장 필요한 것은 실무 경험이기 때문에 우선 2년제 학교의 입학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롯대호텔 헤드셰프를 하셨던 저희 교수님께서 말해주시고 추천해 주신 길입니다. 우선 2년제 전문대학교를 입학하여 영어와 기본적인 요리지식을 공부하고. 자격증, 대회수상 등 스펙을 쌓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것이 좋다고 하십니다.
업장마다 식재료 관리부터 요리법까지 모든 것이 다르기에 입사하면 어차피 처음부터 배우게 됩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완벽히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데 졸업 후 바로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여유가 생기면 4년제 대학교에 편입을 하여 일을 하면서 주말이나 야간반을 다니면서 졸업증을 얻는 곳이 가장 이상적인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어 취사병 자원해서 갑니다. 저는 이 결정을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됩니다.
간단하게 취사병은 아침 4시에 일어나서 300인분 밥을 하고 바로 부식을 받아 냉장고를 채워놓고 2시 정도 쉬다가 점심하고 청소하고 저녁하고 잡니다. 이걸 매일매일 연중무휴로 하게 됩니다. 가장 힘든 것은 쌀입니다. 달에 한 번쯤 쌀을 받는데 한포에 40킬로짜리를 적어도 80포는 옮깁니다. 이거 하다가 허리디스크 터져서 인생을 시원하게 말아먹습니다.
그렇게 병장 되서는 국군요리대회에도 나가보고 하면서 재대합니다.
절대 취사병 가지 말기 바랍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하루종일 요리하는 것 할만합니다. 그런데 부식받는 것이 몸을 다 망가트립니다. 양과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옵니다. 취사병출신이 스펙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차라리 몸 아껴서 나오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재대 후에 바로 교수님의 추천으로 서울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의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식재료를 받습니다. 호텔 안에는 베이커리, 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업장이 있습니다. 각자의 업장에서 쓰는 식쟤료는 공용 냉장창고에서 각자의 업장 냉장창고로 옮기는 작업이 아침마다 이루어집니다. 막내들은 대부분 이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3시간쯤 정리를 하고 점심 손님을 맞습니다. 12시쯤에 점심을 먹고 점심장사를 시작합니다.
제가 일했던 곳은 오마카세 느낌으로 손님 바로 앞에서 코스 요리를 해서 바로 대접하는 업장이었습니다. 저는 선배를 백업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 손님을 받고 저녁 장사준비를 시작합니다. 식재료 밑작업, 소스등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6시에 저녁 먹습니다. 그렇게 손님 받고 9시 정도에 마무리를 합니다.
일과는 이렇습니다.
그렇게 저는 1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손목과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보니 양쪽 손목 건초염에 허리디스크가 계속 터지더군요. 병가를 내서 1-2달 쉬면서 회복하고 돌아왔지만 머지않아 계속 악화가 되어서 결국 오래 서있는 것 초차 힘들 만큼 악화되었을 때 느꼈습니다.
여기 까지는구나.... 이렇게 저는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험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어. 힘든 거 알고 시작했잖아. 그것도 못 버텨 왜 이리 끈기가 없어. 참 남의 일이라고 막말합니다.
요리사라는 직업은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매일 3시간씩 냉장, 냉동창고에 있다 보니 감기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군요.
식재료 옮기면서 허리와 손목에 무리가 너무 많이 갑니다. 하루에 13시간을 계속 서서 일합니다. 조리화를 신고 일하는데 무겁고 딱딱하다 보니 물집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저희 또한 서비스가 중요하기에 손님 상대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진상손님들도 많고요. 상사한테 털리는 건 당연합니다. 이렇다 보니 몸과 마음이 썩어 들어가더군요.
또한 요리사는 불합리한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요리사에 관한 소문은 많습니다 요리사는 군기가 빡새고 엄격하다.
네 이건 받아 들일수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하고 건강에 관련된 거니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고여버린 부조리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8시 출근이면 당연히 7시에 출근해야 했습니다. 7시 20분에 나갔더니 왜 이리 늦게 오냐며 뭐라 하더군요. 밥은 20분 만에 먹어야 했고 잠깐 쉬는 시간에는 다 같이 앉아 있으면 청소라도 하라면서 눈치 줍니다. 6시 퇴근인데 정시에 퇴근해 본 적이 달에 2번인가 됩니다.
요리 쪽은 연중무휴다 보니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월화 쉬고 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 일하고 토일 쉬는 스케줄이 말이 됩니까? 이걸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13시간을 일합니다. 10일 연속 출근 했더니 시체가 되더군요.
자 대망의 월급날 220 찍히더군요. 대충 계산해 보니 시급 7926원....... 2024년 최저시급 9860원......
저만 이렇게 받은 것이 아니어서 선배들에 물어보니
과장님 왈:우리 직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우리 힘든 거 알지 않냐 조금씩 양보해라
이 말이 뭐냐 사람이 없어서 각자 주 52시간을 안 넘길 수가 없다. 그니까 너희 야근한 것은 없던 일이다. 그냥 무급으로 일해라
현타가 엄청 오더군요. 저 입사하고 선배가 4명이 퇴사하고 8개월 동안 막내가 왜 안 생기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이런 부조리 때문에 쉽게 퇴사를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 보니 화나는데 저희 집 냥이 보고 진정
아무튼 여기까지 저의 하소연이자 푸념, 뭐 기타 등등이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핫합니다. 옛날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마스터셰프코리아 등 tv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멋있는 셰프님들을 보고 멋있어서 요리를 한다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는 후배를 꽤 많이 봤습니다.
혹시나 그것을 보고 요리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걱정을 담아 선배로서 말해봅니다.
요리사라는 직업은 온갖 고통과 고난, 스트레스, 위험, 그리고 금전적인 부족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나는 정말 요리에 모든 것을 걸겠다. 다른 길은 다 무너뜨리고 오직 요리 한길만 가겠다 하는 사람도 가다가 지처 쓰러지는 길입니다. 그런 불굴의 의지를 가지신 분만이 고심을 하여 요리라는 길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요리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댓글 써주세요.
답할 수 있는 한 알려드리겠습니다.
PS. 그냥 요리하지 마세요. (솔직히 하고 싶은 말)